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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COLORFULL

하나의 색이 되어 거리에 물들다.

어릴 적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릴 때 또는 대학 입시에서 파스텔로 미술 시험을 치를 때는 책상 가득 온갖 색의 크레용이나 파스텔을 다 꺼내놓아야 직성이 풀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한 색을 사용해야 지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스에 적힌 숫자는 색의 한계를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었고 그 끝을 마주했을 때는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 같았다. 지금도 그렇다. 옷장에서 제일 먼저 셔츠를 집어 들고, 그것에 어울리는 다른 색의 바지를 찾고, 그 차림에 어울리는 또 다른 색의 모자를 써본다. 신발까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야말로 끝이 없는 고리처럼 이런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물론 이 궤도가 척척 맞아 들어간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색의 한계는 순식간에 찾아온다. 이렇게 과거사까지 고백하며 에디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컬러의 선택에 새로운 플랜 B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플랜 A일 수도 있겠다. 바로 한 가지 색으로 룩 전체를 스타일링하는 ‘원 컬러 스타일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남자가 수트를 제외하고 위아래를 같은 색으로 입는 것은 놀림거리가 되기 십상이었다. 왠지 모르게 촌스러워 보이고, 괜히 주목받고 싶어서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흔히 ‘청청 패션’이라고 불리는 데님 스타일링이 매번 ‘유행 예감’에서 그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패션은 영리한 팁과 만나면 한 걸음 더 진보한다. 이미 2017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여러 브랜드들이 원 컬러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실, 생각보다 쉽고 보기보다 재미있는 스타일링법이다. 게다가 멋스러운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색이 스타일링에 미치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남들은 다 입어도 직접 시도하기에는 어딘가 부담스러웠던 오버사이즈 셔츠나 와이드 팬츠도 하나의 색으로 통일하면 그리 과하지 않고 정돈된 느낌이 들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셔츠와 니트, 치노 팬츠 같은 데일리 아이템 역시 한 가지 색으로 매치하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물론 약간의 팁이 필요하다. 동일한 색이라 해도 톤의 차이를 달리해 스타일링하면 단정하기만 했던 룩에 나만의 센스가 피어난다. 소재의 차이로도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컬러가 같아도 소재에 따라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평소 무난히 즐기던 그레이나 네이비 같은 모노톤의 색상도 전체를 통일하되 소재에 차이를 주면 전혀 다른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팔레트 가득 여러 색을 채울 필요는 없다. 강약 조절만으로도 한 가지 색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이렇게나 무수하다. 카멜레온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몸의 색을 바꾼다. 우리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유행과 넘치는 개성의 시대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어필할 색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Editor HONG JUN SEOK Photographed EDITION JALOU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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