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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THE NEXT WAVE OF BAR

도산공원 근처의 ‘폴스타’, 종로구 내자동 골목의 ‘텐더 바 서울’은 3~4년 전부터 한국 바 트렌드를 이끌어온 스피크이지 바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두 곳의 바는 일본 긴자에 있을 법한, 아니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가 확연한 클래식 바의 전형을 보여준다.

'POLESTAR'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가 긴자
논현동의 ‘스시타츠’와 신사동의 ‘스시타쿠’를 운영하는 김윤
지 대표는 자주 일본을 다녀온다. 일본에서 비즈니스로 사람
들을 만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레스토랑 다음 행선지는 
바(Bar)다. 그녀는 그만큼 바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모든 바
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긴자에 있는 ‘리틀 스미스’와 ‘디하
트만’처럼 분위기가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곳을 선호하고, 바
텐더 또한 동네 친구처럼 편안하면서도 동작 하나하나에 프
로페셔널함이 강력하게 묻어나는 클래식 바를 즐겨 찾는다. 
에도가와에 있는 ‘로브로이(Robroy)’에 자주 들르는 것도 이
런 이유 때문이다. 로브로이의 오너 바텐더인 요시후미 츠보
이와는 10년 넘게 좋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일본의 클래식 바
를 즐기던 그녀는 한국에 클래식 바가 없는 점을 늘 아쉬워
했다. 결국 지난해 말 도산공원 근처에 긴자 클래식 바의 특
징과 장점을 갖춘 동시에 오리지널리티가 확연한 ‘폴스타’를 
오픈했다.

폴스타는 긴자에 있는 클래식 바와 분위기가 꼭 닮았다. 질
좋은 나무로 만든 바 테이블, 얇고 가볍고 섬세한 잔, 낮게 흐
르는 재즈 음악 등과 함께 바 테이블 너머의 바텐더가 단번
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곳에는 로브로이의 오너 바텐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본인의 바 다섯 곳을 운영하며 바텐더를 
육성하는 학교까지 이끄는 요시후미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에서 바를 운영하기에도 분주한 그는 김윤지 대표가 한국에 
제대로 된 클래식 바를 오픈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는 폴스타가 문을 열고 자리 잡기까지 큰 도움을 주었다. 오
픈 후에는 직접 그곳을 지키며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하루 
중 폴스타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길 정도다. 지금까지 일본
의 여러 바를 돌아가며 관리해왔듯 요시후미는 폴스타에서
도 자신의 경험과 정신을 한껏 불어넣어 이상적인 클래식 바
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세리머니와도 같은 바텐딩
미국의 바는 대부분 분위기가 활기차며 바텐더는 그야말로 멀티태스커다. 칵테일을 만들면서 손님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반면에 일본 바텐더는 믹솔로지스트나 크리에이티브 바텐더를 제외하면(일본에서 바텐더는 크게 클래식 바텐더, 믹솔로지스트, 크리에이티브 바텐더로 나뉜다) 바텐딩할 때만큼은 손님과의 대화를 최대한 자제한다. 손님을 위한 최고의 칵테일은 술 맛은 기본이고 바텐딩 또한 매우 정성스러워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술 만드는 과정에 집중한다. 클래식 바를 찾는 손님 또한 그러한 점을 알고 있기에 바텐더가 작업 중일 때는 특별히 말을 건네지 않는다.

요시후미에게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해 그의 바텐딩을 감상해 보았다. 그의 바텐딩은 일본의 티 세리머니와 같이 조용하고 동작 하나하나가 절제되고 아름다웠다. 일본의 클래식 바텐더들은 군더더기를 지양한다. 칵테일을 만들 때는 그와 관련없는 술, 식재료, 도구, 잔 등에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쓸데없는 동작도 절대 하지 않는다. 퍼포먼스보다는 칵테일이 완성되는 속도와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긴다. 퍼포먼스가 우선은 아닐지라도 화이트 재킷 차림에 온전히 칵테일 제조에만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아한 세리머니와도 같다. 그러한 모습에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일본의 바텐딩 대회에는 과일 자르는 기술을 심사하는 부문도 있다. 과일 다루는 솜씨까지 겸비해야 바텐더 챔피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실력이 뛰어난 바텐더는 웬만한 셰프보다 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만드는 칵테일 가니시는 섬세하기 짝이 없다.

가츠 샌드
요즘 우리나라 바 업계에서는 ‘올드 패션드’처럼 음식을 아예 내지 않거나 ‘소하 라운지’처럼 셰프를 영입해 술과 음식의 멋진 마리아주를 제안하는 것이 트렌드다. 일본 클래식 바는 후자 쪽이다. 보통 저녁 6시에 문을 여는데, 영업이 시작되자마자 많은 손님이 방문해 저녁 식사 겸 술을 즐긴다(저녁을 먹은 후 오후 9시나 돼야 슬슬 바로 향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니 음식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폴스타도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음식을 준비한다. 이베리코 베요타 하몽이나 야채 스틱처럼 간단한 요깃거리도 있지만, 카르보나라 파스타, 나폴리탄 스파게티, 가츠 샌드, 북해도산 눈 맞은 훈제연어처럼 든든한 메뉴도 낸다. 폴스타의 바텐더에 따르면 특히 가츠 샌드의 반응이 뜨겁다고. 폴스타에서 웰컴 푸드를 내는 것 또한 일본 클래식 바를 닮았다. 손님이 바에 앉으면 요시후미는 제일 먼저 물, 물수건과 함께 (프렌치프라이나 팝콘, 과일이 아니라) 술과 어울리는 절임이나 회 등으로 구성된 ‘오토시’를 건넨다.

폴스타에서 마시는 세 잔
첫 번째 잔 일본 클래식 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폴스타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일본 바 문화에 대해 조금 알아두는 편이 좋다. 일본 클래식 바의 바텐더는 클래식 칵테일을 소중히 생각한다. 요시후미는 진 토닉이나 사이드카처럼 어느 바에서나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을 클래식 칵테일이라고 정의한다. 특정 바에서 즐기는 창작 칵테일도 매력적이지만 어느 바에서나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텐더라면 모두 만들 수 있는 클래식 칵테일을 정말 맛있게 완성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폴스타에서는 진 토닉이나 김렛 같은 클래식 칵테일부터 주문해봐라. 

두 번째 잔 다음 잔으로는 클래식 칵테일을 약간 트위스트한 시소 진 토닉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 요시후미의 감각이 들어간 ‘사우전드 리프(Thousand Leaf)’를 추천한다. 사우전드 리프는 요시후미의 고향인 지바(사우전드 리프의 한자 표기와 똑같은 ‘千葉’)를 뒤덮은 바다와 숲을 모티브로 삼았다. 

각각의 잔 위스키는 한 종류만 마시지 말고 잔을 바꿀 때마다 다른 종류를 시도해볼 것. 일본에서 클래식 바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위스키 열 잔을 주문하면 다른 종류의 위스키 열 잔을 마시는 격이다. 그러면서 남들도 다 좋아하는 발베니나 글렌피딕, 맥캘란보다는 자신의 입에 정말 딱 맞는 위스키를 찾아나간다.


'TENDER BAR SEOUL'
우에다 카즈오
우에다 카즈오를 아는가? 일본 바텐더라면 누구나 아는 그는 
바텐더 세계에서 레전드로 불린다. 1960년대 막 시작된 일본
의 바 문화를 이끈 사람이기도 하다. 우에다는 상식을 거부한 
혁신을 이끌어냈다. 1970년대 시세이도 팔러 안에 있는 바에
서 일할 때 칵테일에 5백 엔짜리 라임을 사용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7백 엔에 판매되는 칵테일에 5백 엔짜리 라임이
라니, 실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가격 이야기만이 아니다. 김
렛의 오리지널 레시피는 네이비스 스티링스 플라이머스 진과 
로즈사(社)의 라임 주스를 일대일로 섞는 것이다. 그런데 우에
다는 로즈사의 라임 주스 대신에 라임과 시럽을 넣었다. 우에
다의 김렛은 그 어떤 김렛보다 느낌이 프레시했으며 이전에는 
김렛에 쓰이지 않던 방법인 셰이킹을 통해 한층 부드러웠다. 
미국 바텐더들은 그의 창의적인 레시피와 바텐딩을 특히 주목
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일본 바 문화의 핵심이 됐다.

우에다 카즈오의 외국인 1호 제자
많은 바텐더들이 우에다를 따르지만 정작 그가 인정하는 제자
는 흔치 않다. 바텐더로서 최고 자리에 올라섰고 7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그는 지금도 매일 막내 바텐더에게 시켜도 될 법
한 글라스 세척, 도구 정리, 청소 등을 직접 한다. 손님에게 술
한 잔을 건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손수 처리해야 한다는 까
다로운 원칙주의자. 그의 마음에 드는, 그리고 완벽한 칵테일
을 만들어내는 바텐더가 몇이나 될까? 그런데 종로 내자동에 
가면 우에다의 제자를 만날 수 있다. 양광진 바텐더는 우에다
의 첫 번째 외국인 제자다. 그는 2005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
다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4년 동안 바 ‘빅 블루’에서 일했다. 한
국으로 돌아온 후 대학 시절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와 일본의 
빅 블루에서 바텐딩한 경험을 바탕으로 홍대에서 자신의 바 
‘빅 블루’를 운영했다(후타코 다마가와에 위치한 빅 블루의 대
표가 양광진 바텐더에게 자신의 바 이름을 쓰라고 허용했다). 
이곳을 운영하면서 더 나은 바텐더가 되려는 마음에 스승을 
찾기로 했다. 빅 블루의 대표가 긴자에 있는 ‘텐더 바’를 추천해 
준 것이 생각났다. 얼마 후 텐더 바를 찾아갔고, 제일 먼저 사
이드카를 마셔봤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의 힘으로 술 맛
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는구나 싶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텐더 바 서울
1년 동안 텐더 바를 손님으로 드나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바 테이블 앞에 서 있는 우에다에게 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그가 가르치는 하드 셰이커 마스터 코스를 수료했다. 코스를 수료하는 날 우에다는 양광진 바텐더에게 빅 블루 외에 또 다른 바를 낼 예정인지 물었다.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양광진 바텐더의 말에 우에다는 그의 바 이름인 ‘텐더’를 새로 오픈하는 바에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텐더 바 서울’은 텐더 바의 이름을 사용한 최초의 바가 됐다. 일본 빅 블루의 대표가 바 이름을 주었듯이 우에다 역시 양광진 바텐더에게 바의 이름을 선물한 것이다.

서까래
인테리어 면에서 텐더 바 서울은 일본 텐더 바와 상당히 차이가 있다. 인테리어의 주재료가 나무 소재이며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느낌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본래 양광진 바텐더는 공간 역시 텐더 바와 최대한 비슷하게 꾸미면서 구석구석에 한국적인 요소를 넣으려 계획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가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고른 건물이 한옥이었기 때문이다. 희망하는 지역과 임대 가격 등을 고려하다보니 결론은 한옥이었다. 그는 한옥의 서까래에 매료되어 지금의 건물을 선택했다. 이후 미국에서 직접 구입한 조명과 실링 팬을 서까래 밑에 달고 미국식으로 백 바에 거울을 설치했다. 일본의 클래식 바보다 텐더 바와 우에다를 닮고 싶은 마음이 큰 양광진 바텐더에게는 한옥이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텐더 바 서울의 단골들은 그곳을 ‘일본 바’나 ‘오센틱 바’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느 바에서는 볼 수 없는 오리지널티가 강한 클래식 바라고 생각한다. 인테리어, 서비스, 칵테일 모두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플로라
클래식 바의 다른 바텐더들처럼 양광진 바텐더도 김렛, 마티니, 진 토닉 등 클래식 칵테일을 선호한다. 약 9개월간 텐더 바 서울을 운영하면서도 특별히 그만의 시그너처 창작 칵테일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텐더 바 서울의 시그너처 칵테일이 생겼다. 이름은 ‘플로라’. 몇 주 전 방문한 여자 손님이 꽃처럼 화사한 칵테일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손님의 이미지와 꽃의 이미지를 조합해본 양광진 바텐더의 머릿속에 ‘화이트 레이디’가 떠올랐다. 화이트 레이디는 진, 코인트로(오렌지 리큐어), 레몬즙으로 만드는데, 여기에 바이올렛(제비꽃 리큐어)과 생제르맹(엘더플라워 리큐어)을 더해 완성했다. 주문했던 손님은 그 칵테일을 마시자마자 로마 신화 속 꽃의 여신인 ‘플로라’가 떠오른다고 했다.
바에 앉으면 보이는 것들
하드 셰이킹 일본의 바 문화를 어느 정도 아는 바 마니아에게 텐더 바 서울의 출현은 꽤나 큰 사건이다. 그들은 일본 텐더 바와 텐더 바 서울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를 궁금해한다. 양광진 바텐더에 따르면 바텐딩 스타일은 같다. 그는 우에다에게 배운 하드 셰이킹 방식으로 칵테일을 만든다. 하드 셰이킹의 경우 얼음만큼 동작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움직임에 엄격하다. 과격한듯 보이면서도 자로 잰 듯 정해진 각도로 움직이는 하드 셰이킹으로 액체에 기포가 생기도록 한다. 매우 작은 기포들이 혀에 닿으면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기포가 터지면서 향이 풍부하게 발산되기도 한다. 텐더 바 서울은 일본 텐더 바와 동일한 도구를 사용한다. 양광진 바텐더는 칵테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텐더 바와 비슷하게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화이트 재킷 일본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바텐더가 참여하는 디아지오 월드 클래같은 대회를 제외하면 바텐더 대회에 참여하는 바텐더 대부분이 화이트 재킷을 입는다. 평소에도 그들은 화이트 재킷을 주로 입는다. 그래서일까. 화이트 재킷이 유니폼인 텐더 바 서울은 가끔 클래식 바보다 ‘일본 바’로 잘못 인식되기도 한다. 사실 화이트 재킷 문화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가 일본에 정착했다. 화이트 재킷이 어느 나라에서 시작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클래식 바는 정갈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화이트 재킷을 선호한다. 더러움이 쉽게 타는 화이트 재킷은 그만큼 깨끗하게 움직이며 깨끗한 일을 한다는 인상을 준다.


*더 많은 정보는 로피시엘 옴므 2017 3월호를 확인하세요.

Editor LEE EUNG KYUNG Photographed KIM JU HWAN

2017년 3월호

<저작권자 © 로피시엘 옴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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