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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REAL MEN WEAR PINK

‘남자는 파란색’이라는 고정관념은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고정관념은 위대하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진입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나라 간의 장벽을 허물어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가 하나가 됐을 때도 색깔에 대한 고정관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색으로 성별을 나누는 것은 어릴 적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선택의 순간이면 종종 어른이 개입해 ‘넌 남자니까 파란색, 넌 여자니까 핑크색’이라는 명제를 주입했다. 이렇게 굳어진 인식은 아동기 기억 상실 현상도 초월해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았다. 남자들은 행여 자신의 남성성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봐 핑크 컬러를 꺼린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고이 접어두자. 인스타그램에서 ‘#realmenwearpink’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해보면 스크롤바를 내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사진이 등장한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도, 스키니한 몸매의 남자도, 수트도, 스니커즈도 체형과 아이템에 상관없이 다양한 핑크를 입고 있다.
1 스웨이드 로퍼 꼬르떼, 핫 핑크 가죽 클러치 백 루써포드 바이 유니페어.
2 스트라이프 테일러드 핑크 셔츠 랄프 로렌 퍼플 라벨.

런웨이에서도 다양한 핑크 컬러 룩을 감상할 수 있다. 구찌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핑크를 사용하는 것이 관례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핑크를 각자의 방식으로 ‘남자답게’ 풀어냈다. 모스키노는 앤디 워홀의 팝아트에서 튀어나온 듯한 핑크 룩을 선보였다. 핑크에 블랙을 섞어 음영을 강조한 핑크 수트는 마치 그림 같아 보인다. 같은 수트라도 에트로는 거친 머릿결을 휘날리며 한 번 대충 감은 머플러로 상남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룩을 보여준다. 핑크도 이렇게나 남성적일 수 있다. 줄리앙 데이비드는 핑크 코트를 런웨이 모델에게 입혔는데 그 모습이 마치 괴짜 박사가 과학실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핑크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로맨틱한 무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핑크로 염색한 헤어의 경우도 마구 뻗치는 스타일링을 시도해 남자들이 핑크에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우려를 씻어냈다. 가죽 코트에 핑크 도트를 장식한 디스퀘어드2의 룩은 핑크 역시 차가운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한다. 쿨하고 남성적인 브랜드로 유명한 지방시는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 무대 전체를 핑크로 도배했지만 여전히 강렬했다.
핫 핑크 다이어리 스마이슨, 핑크 만년필 라미, 라이트 핑크 라이터 S.T. 듀퐁.
4 로즈 핑크 벨벳 재킷 1백85만원 버버리.

혁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핑크 베이스볼 캡을 쓰고 출연하면서 핑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진짜 남자라면 색깔에 연연하지 않는다. 색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남성성에 자신 있고 자존감이 높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삿대질은 당하는 사람보다 그것을 하는 사람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핑크는 더 이상 기피 대상이 아니다. 유아기 때는 성별 식별을 위한 하나의 편의 방식이라 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식별 불가능한 나이를 넘어서지 않았는가. 선택의 스펙트럼을 넓히자. 핑크를 좋아한다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핑크를 입자. 진짜 남자는 핑크를 입는다.

* 더 많은 정보는 <로피시엘 옴므> 2017년 1월호를 확인하세요. 

Editor KIM WON Photographed LEE YONG IN

2017년 1월호

<저작권자 © 로피시엘 옴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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