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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보게 과감해진 조윤희

  민소매 옷만 입어도 울던 여배우가 변했다. 조윤희, 그녀가 몰라보게 과감해졌다.  
  강아지를 여섯 마리나 키운다고 들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 강아지까지 더하다 보니 이리 됐다. 3년 전 나와 인터뷰할 때 10년간 키운 강아지가 죽을까 봐 걱정이라더니, 잘 있나? 지난 4월 둥이가 세상을 떠났다. 다음 날 <황금물고기> 포스터 촬영이 있어서 안 울려고 애썼다. 내가 눈이 부으면 다른 사람이 되거든. 그런 상황 자체가 너무 싫었다. 나 이렇게 슬픈데 왜 카메라 앞에서 웃고 있어야 하지…. 극심하게 우울한 봄을 보냈다.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없었나? 가족, 친구 중에도 이런 식의 이별은 없었다. 이 사건 뒤로 유기견에 관심을 뒀다. 불쌍한 아이들 도와주면, 우리 둥이가 다시 태어나서 내게 올 거라 믿고. 남자 친구도 무조건 강아지를 좋아해야겠다. 당연하다. 강아지뿐 아니라 동물은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같이 봉사 활동도 해야 하고. 사냥을 좋아하거나, 보신탕을 먹는 남자는 절대 용납 못 한다. 동물 사랑 말고 다른 조건은 없나? 연하는 싫다. 성실하고 무게 있는 사람, 내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여자는 20대 때와 서른 후에 남자를 보는 관점이 틀려진다. 20대엔 남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결혼이란 단어가 생소했다. 그런데 서른을 맞고 보니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도 생기고, 이제 내게도 닥치겠구나 싶다. 누구는 배우자 기도도 한다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이젠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신 노는 걸 너무 좋아한다든가, 스타일에 죽고 사는 사람은 싫다. 사진, 미술, 음악, 연극 등 예술적인 취미가 있었으면 한다.    
  예술에 취미가 있을 줄이야. 관심만 많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봐도, 전시나 음악은 문외한이다. 남자 친구가 날 끌고 다니면서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혼자 시도하기엔 막막하다. 서른셋에 결혼하고 싶다는 기사를 봤다. 이제 슬슬 찾아나서야 할걸. 외출이라고 해봤자 유기견 보호소에 가는 거다. 이젠 누가 소개시켜주면 못 이기는 척 나갈까 봐. 소개팅은 많이 들어오나? 사람들이 말도 안 꺼낸다. 내가 낯가림이 심하고, 소개팅 싫어하는 거 아니까, 윤희는 어차피 안 나올 거라고. 이제 좀 아쉬운데 말이지. 2009년도에 만났을 때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니 기운 없어 뵈더라. <황금물고기>하기 전이어서인지 배우로서의 고민이 느껴졌다. 일은 늘 힘들다.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친구들 보면 부럽고, 나도 배우인데 왜 그럴까 고민했다. 1999년에 잡지 모델로 데뷔했으니 벌써 13년 차다. 이젠 익숙해야 하지 않나? 전보다 확실히 용기는 생겼다. <황금물고기>란 큰 작품의 주인공도 했으니까. 어떤 역할을 해도 그냥 조윤희다. 화를 내도, 못되게 굴어도 청순하달까. 변신이 쉽지 않다. 처음에는 나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난 이거밖에 없나 싶다. 틀을 깨고 싶다. 센 역할, 철없이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    
  이제 영화는 안 하나? 영화가 괜찮다 싶으면 노출이 심하다. 나만의 노출 수위를 넘겨버리면 섣불리 못 하겠다. 아직 그만한 용기는 없다. 영화 <시>의 윤정희도 노출 연기 한 번도 안 했다더라. 여배우로서 나름의 기준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 내가 변하긴 했다. 10대 모델일 땐 민소매 옷도 못 입었다. 마치 술집 여자가 된 것 같아서 울기도 했다. 그건 ‘오버’다. 난 수영복 촬영도 안 하는 배우다. 그런데 변했다. 오늘도 매니저 오빠가 말리는 걸 내가 브리프도, 시스루도 입겠다고 나섰다. 이게 더 예쁘게 나올 테니까. 전체를 볼 줄 알게 된 거다. 맞다. 이쪽 일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고지식하게, 앞 단추 꽉 잠그고 다니는 여자였을 거다. 배우를 하면서 이런 섹시한 여자도 되어본다. 직업 덕을 본 셈이다. 원래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고 힘든 직업이다. 나를 오픈 마인드로 바꿔준 건 인정한다. 본인이 언제 섹시하게 느껴지나? 이런 화보 찍을 때지. 평상시엔 전무하다. 평상시엔 어떤 여자인데? 아주 수수한 여자. 비비크림만 바르고, 화장도 안 한다. 입술색이 원래 옅어서인지 다들 나보고 피곤해 보인대. 나 컨디션 최상인데.    
  치장에 욕심이 없나 보다. 쇼핑도 잘 안 하고. 그냥 있으면 사고, 아님 말고. 어디에 돈을 제일 많이 쓰나? 유기견들 병원비. 한 번에 수십만 원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입양 못 가고, 안락사 되는 거 못 보겠다. 난 어차피 술도 안 마시고, 쇼핑도 안 하니까 강아지에게 돈을 써도 무리 없다. 돈 쓰는 게 행복하다. 그 아이의 인생을 구하는 거니까. 시집가려면 저축도 좀 해야지. 재테크를 모른다. 은행에서 하라는 대로 한다. 그래서 배우자는 경제관념이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조윤희 보여주기. 혹시 인생 계획 짜본 적 있나?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데 눈 돌릴 건 없고, 연기자로 인정받는 것 정도다. 그래도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할 거 아닌가. 돈을 많이 벌어서 큰 땅을 살 거다. 거기에 동물병원과 유기견 보호소를 차려야지. 지금은 그 정도 자금이 없어서 로또라도 됐으면 좋겠다.    

EDITOR | Bom Lee, Kim Narang

PHOTO | Zoo Yonggyun

      * 보다 자세한 내용은 <로피시엘 옴므> 2011년 9월호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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